요새 진행하고 있는 양조장 탐방기 기사 취재를 위해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양조장 삼해소주를 찾았습니다. 원래 삼청동에 있다가 원서동으로 이전하였고 2021년에 김택상 명인이 작고하고 나서는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겨 운영하고 있는 양조장 입니다. 온라인에서도 팔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도 많이 팔지 않아 매니아들에게 유명한 삼해소주인데 미리 예약하면 다양한 종류의 삼해주 시음이 가능합니다.

방문했을 때 한참 아카데미가 진행 중이었는데 한국인 만큼이나 외국인 학생도 많은 것이 인상깊더군요.

실제 소주 증류할 때 사용하는 동증류기.... 특이하게 증류기의 머리 부분을 잘라버리고 유리관으로 냉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교육 때 쓸 고두밥을 찌기 위해 쌀도 한 가득...

제가 방문 했을 땐 이미 시음 체험 한 타임이 돌았는데 시음 장소는 보다시피 엄청 너저분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술이고 서울서 가장 전통 있는 양조장 중에 하나인데 손님 맞이하는 공간은 좀 깔끔하게 관리하시면 좋겠다 싶은 생각....

시음은 1인 3만원으로 사진에 준비된 모든 술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습니다. 삼해주 탁주는 준비되어 있지 않고 삼해주 약주부터 소주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데 약주와 소주도 한 종류가 아니라 다양한 부재료를 넣은 삼해주를 구비하고 있습니다.

먼저 맛 볼 건은 삼해주 약주. 참고로 삼해주는 석 삼(三)에 돼지 해(亥)를 써서 음력으로 정월 첫 해일(亥日)에 빚기 시작해서 다음 해일 까지 세 번을 덧술 하는 술 이라는 의미로 붙인 이름입니다. 첫 해일이 시작하고 다음 해일이 오기까지는 최소 12일에서 최대 36일의 간격이 걸리는데, 그래서 삼해주는 최소 36일에서 최대 108일까지 발효해서 마시는 술인 셈이죠. 고려시대 때부터 빚은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 되었고 조선 시대에는 마포 인근에서 대량으로 빚은 기록이 있는 술인데요. 밑술은 죽이나 백설기로 만들고 덧술은 고두밥을 사용합니다.

삼해주는 과거 워낙 많이 빚어 마신 술이라 가양주로도 많이 남아 있는 술인데 이 삼해소주가에서 만드는 삼해주 역시 통천 김씨 가문의 가양주 입니다. 그런데 김택상 명인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명인님과 함께 삼해소주를 운영했던 김현종 대표가 물려받아서 운영 중이니 통천 김씨 가문의 가양주로서 삼해주 명맥은 끊겼다고 봐야겠네요. 물론 맛은 과거 김택상 명인이 살아 계실 때의 맛과 동일합니다. 다른 삼해주 보다 훨씬 드라이하고 산미가 있는 것이 특징.

다음은 삼해주 포도... 특이하게 술을 만들 때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포도즙만 사용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삼해주의 드라이한 맛이 포도의 향이 가려질 정도로 포도향이 강하게 납니다.

다음은 삼해주 청수. 청수는 한국 토종 청포도 품종으로 와인으로도 많이 만드는 품종이죠. 삼해주 포도보다 더 달짝지근하면서 청수 포도의 싱그러운 향이 나는...

다음은 삼해주 사과. 전반적으로 물을 적게 쓰고 과즙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과실의 향이 상당히 강하게 납니다. 참고로 약주도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15~17% 정도가 되니 초반에 너무 많이 마시면 뒤에 메인인 소주를 마시기 힘들 수도 있으니 알아서 적당히 드셔야....

다음은 삼해주 국화. 제가 좋아하는 양평맑은술도가의 동국이 막걸리처럼 겨울국화의 진한 향이 느껴지는...

탁주 형태로 만든 삼해주 귤. 그냥 봐도 거의 오렌지주스에 가까운 색이죠? 이건 뭐 술이 아니고 거의 귤 과즙 짜놓은 것 같음....

마지막 약주인 삼해주 유자. 부재료를 다양하게 넣은 삼해주를 만드는 이유를 여쭤보니 시음도 삼해소주 프로그램 중 중요한 한 부분인데 오셔서 내드릴 술이 삼해주 약주와 소주 밖에 없으면 너무 심심해서 이것저것 만드신다고... 참고로 삼해주 약주는 제품으로 판매하지 않아서 오직 이 시음 프로그램에서만 마실 수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주를 마셔봅니다. 먼저 삼해소주. 예전에 이 곳 저 곳에서 마셔본적이 있는데 다시 마시니 정말 누룽지의 고소한 맛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지네요. 인터뷰 하면서 여쭤보니 알코올 도수를 맞추는 데 물을 타지 않고 초류를 많이 한다고 하시던데 확실히 초류에서 나오는 복합적인 바디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삼해소주는 구매가 가능한데 병 당 6만 원 받으시더라는.

다음은 삼해주 포도로 증류해서 만든 삼해포. 역시 삼해포도 제품으로 구매 가능. 삼해소주를 제외한 나머지 소주들의 알코올 도수가 50%라 일반적인 증류소주의 40% 보다 알코올 도수가 더 높은 편입니다. 그래서 칼칼한 목넘김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삼해주 포도 자체도 포도의 향이 강하게 났는데 증류를 했는데도 포도에서 나오는 향긋한 향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가히 충격적인 맛.

삼해포가 너무 맛있어서 놀라니까 대표님이 추가로 내주신 삼해포 5년 숙성 버전.... 확실히 숙성하니까 바디감도 풍부해지고 향도 좀 더 많이 올라옵니다.

다음은 삼해청. 삼해주 청수를 증류한 소주.

역시나 마음에 들었던 삼해국. 정말 증류를 어떻게 하셨는지 증류를 해도 재료들 특유의 캐릭터성이 그대로 소주에 묻어 있습니다. 국화 역시 국화의 향기가 느껴지고....

귤 특유의 시트러스한 향이 느껴지는 삼해귤.

다음은 삼해장천. 장천이 뭔가 싶었는데 KBS 소속의 유명 캘리그라피 전문가 김성태 님의 호 라고 합니다. 김현종 대표와도 친분이 있어서 자기 이름을 딴 술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만든 술이라고. 유명 캘리그라퍼답게 장천이라는 글씨도 이 분이 직접 쓰셨다고 합니다. 삼해주 유자를 증류한 술. 삼해주 유자는 유자진피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삼해주 귤 보다는 시트러스한 맛이 오히려 좀 덜하게 느껴지는?

다음은 약주는 없고 소주로만 만든 삼해교. 메밀 교(蕎)를 사용한 것을 보고 알 수 있지만 메밀 소주 입니다. 쌀로 만든 삼해소주와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 삼해소주가 누룽지 같은 맛이라면 삼해교는 거의 고량주에 가까운 맛.

역시 소주 형태로만 만드는 삼해고. 상황버섯을 넣어서 만든 소주입니다. 그런데 뭔가 약재향이나 버섯향은 전혀 느낄 수가 없던...

마지막으로 마신 건 삼해귀주. '이 술을 마시면 사람이 귀신이 되고 귀신이 사람이 된다'고 할 정도로 높은 알코올 도수를 자랑하는 술인데 알코올 도수가 무려 71.2% 입니다. 이 술 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한국 술은 딱 하나가 있는데 바로 안산농장에서 만드는 적송자 입니다. 그 술은 알코올 도수가 72%. 알코올 도수 70%라니 얘기만 들어도 후덜덜한데 마셔보면 의외로(?) 목에 불이 붙을 정도로 강렬하지 않습니다. 마시지마자 드는 생각은 70% 치고는 엄청 깔끔하고 목넘김이 좋다 라는 느낌. 알코올이 너무 터프하게 느껴지지 않고 바디감이 좋다보니 입 안에 쫙쫙 달라 붙습니다.

인터뷰 겸 찾아간 거라 확실히 삼해주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시음 가능한 술도 정말 다양해서 3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시음이었습니다. 전통주 좋아하시는 분은 꼭 가보시길...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요일 휴무

010-5216-8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