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나이를 계속해서 먹으니 새해가 따로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리추얼처럼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곳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곳은 사람들과 떨어져 있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그리고 자연이 가깝게 위치하는 곳이다.

여행을 많이 떠날수록 나의 여행 취향도 뾰족해지는데, 나는 바다보다 숲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작년에도 숲이 있는 제주도의 스테이를 다녀왔고, 올해는 강원도 고성의 숲에 있는 파인스테이 '서로재'를 다녀왔다. 서로재는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곳인데, 대표적으로 BTS 인더숲에 나온 감성 숙소라는 것.

서로재

주소 :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봉수대길 118

전화 : 033-632-7442

체크인 / 체크아웃 : 16:00 / 11:00

주차 : 가능

강원도 고성 감성 숙소 서로재. 대게 강원도, 고성이라고 하면 오션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곳을 생각하지만 서로재는 고성의 숲속에 위치하고 있다. 2022년에 오픈을 했으니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감성 숙소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곳이다.

총 7개의 실이 있으며 체크인은 오후 4시, 체크 아웃은 오전 11시이다. 주차 공간도 넉넉해서 차를 갖고 와도 좋다. 차를 갖고 오지 않는다면 속초 고속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온 다음에 택시나 버스를 타고 오면 된다.

안으로 입장을 하면 하늘 높이 치솟은 나무들이 보인다.

대게 강원도의 숙소라고 하면 파란 바다를 생각하지만 서로재의 첫인상은 녹색 나뭇잎이었다.

계절이 겨울이었음에도 말이다.

체크인

입구에 있는 별도 공간에서 체크인을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티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안쪽에는 사장님이 투숙객 맞을 준비를 해주신다.

폭설이 내리는 날씨를 헤치며 오느라 몸이 좀 시렸던 날이었는데, 감미롭게 펼쳐지는 음악에 몸도 마음도 사르르 녹아버렸다.

사장님께서 준비를 해주시는 동안 구석구석 구경을 해본다.

2022 국토교통부에서 선정한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신진건축사 부문을 수상한 곳이었고,

노블레스, 시리즈 등의 매거진에 소개된 내용들도 읽어볼 수 있었다.

건축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사장님 부부가 고향에 내려와서 지은 스테이라는 점, 바다가 아닌 숲속에 자리를 잡은 이유, 건축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건축사 사무소에 서로재를 의뢰한 이유 등이 흥미롭게 적혀 있었다.

체크인을 하게 되면 웰컴티와 와인을 선택할 수 있다.

낮부터 한 잔 마시기는 좀 그래서 티를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자리에서 바로 우려 주신다.

어메니티가 안에 있기는 있지만 치약과 칫솔은 따로 없다.

혹시나 못 챙겨 오신 분들을 위해 치약과 칫솔을 판매한다. 이런 아이템의 브랜드 감도가 오너의 취향인데, 역시나 아로마티카의 제품을 갖다 놓으셨다.

서로재 채움 1 방 스케치

BTS 인더숲에 나온 바로 그 방

나는 이틀 동안 2개의 방에서 숙박을 했다.

첫날의 방은 채움 1. BTS 인더숲에서 나온 바로 그 방이었다.

현관문을 열고 중정을 지나 내부의 문을 여는 2중 구조로 되어 있었다.

채움 1 방은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더블 침대가 2개, 화장실도 2개가 있다. 안쪽에 있는 안방에는 더블 침대와 화장실, 욕실이 함께 있는 구조이다.

전체적인 어두운 톤의 나무를 사용해서 차분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대에 누워서 정면을 바라보면 입장을 했던 중정이 나온다.

사진에 찍히지는 않았지만, 하얀 눈이 내리는 장면은 영화의 한 컷 같았다.

침실에서 바라본 거실.

이 복도를 지나서 나가면,

통유리 창문이 나온다.

통유리 창문 너머에는 녹색 숲이 보이고,

창문의 안쪽에는 더블 침대가 놓여있다.

숲을 옆에 두고 잠을 자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위치였다.

침대 위에는 솔방울과 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솔방울이 방향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봉투에는 웰컴 메시지가 들어있다.

이런 뷰와 함께 잠을 잘 수 있다니.

생각도 하지 못했던 장면에 감탄사를 놓지 못하였다.

북유럽 스타일의 소파와 테이블은 유난히 이 공간과 잘 어울려 보였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서로재에도 없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TV이다.

대신 B&O의 스피커가 비치되어 있는데, 넓은 스테이 안을 모두 덮을 정도로 출력이 좋았다.

신나는 음악보다는 잔잔한 경음악을 틀어놓으니 기분이 차분해지며 힐링 모드로 돌입하게 되었다.

4인이 앉을 수 있는 식탁.

여기에서 요리를 해서도 먹고, 책도 읽고, 글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작년부터 여행지에서도 글을 쓰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여행지에서 쓴 글은 다른 곳에서 쓴 글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고 애착이 가더라.

싱크대와 인덕션도 널찍하다.

동선 신경 쓰지 않고 요리를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차를 좋아하시는 사장님 부부 때문일까?

숙소 안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숲을 보면서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도 챙겨야 할 시간이다.

냉장고 안은 가득 채운 마실 거리와 간식들.

숙소에 묶는 사람들에게 모두 무료로 제공이 된다고 하셨다.

머그잔, 와인잔, 글라스 잔도 넉넉하게 준비가 되어있다.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와인 한 잔 안 마실 수가 없다. 좋은 공간에서 마시는 와인은 더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테니까 말이다.

안쪽으로 이동.

화장실과 화장실 앞의 세수대가 위치해있다.

어메니티는 bamford. 방향제도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한다.

bamford는 영국의 오가닉 브랜드인데, 더현대서울에 스파도 있는 나름 검증된 브랜드이다.

스테이에 여행을 오게 되면 사장님께서 사용하는 브랜드를 유심히 본다. 브랜드를 통해 이 공간을 운영하는 호스트의 취향뿐만 아니라 가치관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이동.

여기서부터 수영장과 사우나가 나오는데, 이 시설들이 서로재가 고성 숙소 추천을 많이 받게 된 이유이다.

수영장과 사우나 사이에는 샤워 부스가 있었고,

가운은 TWB의 제품이 준비되어 있다.

나도 TWB 타월을 집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사용하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스테이를 방문하게 되면 내적 친밀감이 더 올라온다.

수영장 입구에는 안전 수칙도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몇몇 중요한 포인트 몇 개를 기록하자면, 입욕제 뿌리면 안 되고 술 마시면 안 되며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영장에 입장.

수심은 성인 남자의 가슴까지 왔으니까 대략 120cm 내외였던 것 같다. 물은 사장님이 미리 받아주시기 때문에 바로 수영을 해도 된다. 물의 온도도 따뜻했다.

BTS 인더숲에서도 여기에서 수영을 했었다. 아미분들이라면 이곳에서 수영을 하는 게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은 사우나.

건식 사우나 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사우나는 내가 사용할 때 스위치를 on 하면 되는데, 온도가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20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수영장을 들어갈 때 미리 사우나를 켜놓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사우나는 사장님께서 사용법을 알려주시기 때문에 이용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사우나도 이용수칙이 안내되어 있다.

몇 가지 포인트만 기록하자면, 20분 이내로만 사용을 해야 하고, 오일 식음료 갖고 들어가면 안 되고, 세탁물 건조하면 안 된다.

이렇게 룸투어를 하고 있다 보니 사장님께서 웰컴티를 내어주셨다.

티와 함께 인덱스 캐러멜까지 같이 내어주셨다. 티와 캐러멜을 같이 먹어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조합이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창밖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유독 바쁘고 정신없었던 평일을 보냈었던 터라 그랬을까? 유독 이 장면을 보면서 차를 마셨던 시간이 위로의 순간으로 기억에 남았다.

폭설이 내리기도 했지만, 숙소가 주는 치유의 기운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다른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수영하고 사우나하고 나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앉아서 책을 보고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지나버렸다.

와인을 미리 오픈해두고 가볍게 요리를 하기로 하였다.

미리 장을 봤던 재료들을 넣고 끓였다.

요리에 소질은 없지만, 이런 공간에서라면 요리의 퀄리티가 중요하지 않았다.

숲속 나의 공간에서 현실을 내려두고 하나의 행위에 몰입하는 시간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니까 창밖의 나무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강원도에서 이렇게 많은 눈을 본 적은 처음인지라 신기한 장면이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건물 지붕에도 하얗게 눈이 쌓였다.

마치 예전에 비에이를 갔을 때 봤었던 하얀 설경이 떠오를 정도로 많은 눈이었다.

눈으로 인해 많은 곳들 돌아다니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대신 이렇게 눈 덮인 설경을 원 없이 볼 수 있으니 괜찮았다.

생각해 보면 고성의 여행지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지만, 눈으로 덮인 동화 같은 장면은 내 인생에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조식도 방에서 먹을 수 있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누룽지와 젓갈과 반찬들. 깔끔하면서 따뜻한 한 끼라서 하루를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