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중 흑수저 '요리하는 돌아이' 쉐프가 있는 와인바에 다녀왔다.

신당역 근처, 핫플 칵테일바로 유명한 주신당 바로 옆에 있는 와인바 디핀(Deepin).

디핀은 옥수에도 있는데, 신당점과는 컨셉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캐치테이블로 예약하고 바로 자리를 안내받았다.

안내해주시는 분이 오너라고 하셨는데, 일부러 당근쥬스님 안쪽으로 앉히는 등 센스도 재미도 있으셨다.

그리고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쉐프님은 저렇게 안쪽에서 요리하고 있는데, 방송에도 똑같이 빨간펜을 귀에 꽂고 있어서 신기했다.

메뉴는 위와 같다. 그때그때 메뉴가 달라지는 듯.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가짓수가 마음에 든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이 와인 메뉴판이다. 와인이 얼마나 많은지 파일 한 권이다. 뭘 찾든 없는 게 없을 것이다.

신당동 디핀 와인바 콜키지는 3만원. 칠링부터 서빙까지 모두 맡아서 해주신다.

이날은 감사한 동네 이웃 커플이 선물해 주신 내추럴 오렌지 와인으로 가져갔는데, 요리와 상당히 어울려서 대만족.

사장님이 얼마나 와인을 잘 아시면 라벨 보자마자 와이너리는 물론이고 품종까지 맞히셨으니, 덕분에 어울리는 페어링 메뉴도 추천받았다.

레 코스테 비앙코(Bianco) - Malvasia [13%]

향은 오렌지, 맛도 시트러스한 산미로 시작하나 끝에 탄닌감이 딱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기승전결이 너무 좋았다.

내추럴 와인 처음 먹었을 때의 그 감동을 오랜만에 다시 느낀 듯.

Smoked Burrata(18,000원) - 부라타치즈, 화이트발사믹, 시즈널과일, 히비스커스

'훈연 오일에 절인' 부라타다. 레몬 드레싱 루꼴리와 선드라이토마토, 무화과가 함께다.

과일이 많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훈연 부라타라는 게 아주 궁금했다.

예쁜 부라타 자르는 움짤 한 컷.

일단 훈연 오일이란 걸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겠거니와... 그 향이 레몬의 산미와 너무 잘 어울린다.

싱싱한 루꼴라와 부드러운 부라타를 한입에 먹으면 식감도 향도 아주 다채롭다.

Sourdough Bread(10,000원) - 홈메이드 사워브레드 4pcs, 트러플 버터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사워도우를 올리브유에 구웠다. 차가운 트러플 버터를 얹어 먹으면 된다. 빵이 은근 양이 많다.

버터라 해서 당연히 발라 먹는 걸 생각했는데 웬걸, 차갑게 굳은 버터를 조각내었다. 쉽게 녹지도 않길래 신기해서 보니 접시가 매우 차갑다.

버터의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버터의 식감을 느낄 줄이야?)이 좋고, 버터 향과 사워도우 산미가 어울렸다.

Abalone(26,000원) - 화이트와인에 스팀한 완도산 전복, 에스카르고버터, 콘킬리에

나오자마자 버터향이 확 난다. 에스카르고를 재해석했다고 하는데, 콘킬리에 파스타가 달팽이 껍질을 연상시키는 게 재밌다.

진짜 농담 아니고 이건 꼭 드세요.... 무조건..

전복, 파스타, 그라나파다노 치즈, 여기에 '마늘쫑'의 조합이 어떻게 어우러지나 궁금했는데,

한입 먹어보니 정말 이 조화를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버터와 약간 짭쪼름하게 씹히는 무언가(굵은 소금인지 향신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복 사이에 마늘쫑이 더하는 식감이 아주 오묘하다. 전복+파스타는 익숙하지만, 여기에 마늘쫑을 더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Scallop Crudo(24,000원) - 홋카이도산 관자, 머스타드비네그렛, 크루스타드

전복에 너무 감동을 받은 나머지 예정에 없던 관자까지 주문했다.

전복과 더불어 관자도 정말 미친 맛이었다.

화이트 와인을 글라스로 한잔 주문했다.

드라이한 독일 리슬링이었는데, 많이 달지 않아 해산물과 잘 어울렸다.

홋카이도 관자에 스미소라는 일본된장을 추가했다고 한다.

톡 쏘는 된장으로 시작, 관자의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마지막으로 샐러리 필링의 마무리. 기승전결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었다.

당근쥬스님은 일식으로 시작해서 중식으로 끝나는 기분이라 했고. 여기엔 산미 있는 오렌지 와인보단 드라이한 화이트가 확 어울린다. 사장님 설명으로는 원래 오키한 화이트 와인이 갑각류/어패류랑 크게 어울리진 않는데, 여기서 이 조합을 생각해서 샐러리 필링을 추가했다고.

아무튼 오랜만에 너무 잘 만든 요리를 먹고 와서 입이 호강했던 저녁. 특히 전복과 관자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메뉴들에 다 윤남노 쉐프님의 손길이 거친 거라면 나는 기꺼이 그의 팬이 되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