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은사지

감은사지를 찾는 발걸음은 항상 꾸준히 이어지는 듯 하다. 경주 감포 바닷가를 찾는 사람이라면 저 멀리 보이는 문무대왕릉(대왕암)과 이견대 등을 돌아본 후 경주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우뚝 솟은 두 기의 탑이 보이는 곳에서 차를 멈춘다.

감은사지와 3층석탑

감은사 입구 앞에 펼쳐진 넓은 논에는 봄을 알리듯 한창 분주한 농민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확 트인 이 논밭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잘 모를것이다. 문무왕대에는 사람들이 오르는 데크와 석축 아래에 선착장이 있어 배에서 내려 절에 올랐다고 한다.

감은사를 오르는 입구에는 옛 터만 남은 감은사의 가람 배치도와 현장 사진이 안내되어 있었다. 현재는 3층석탑 두 기와 금당터와 강당 등에 돌들만 남아 있지만 이 절은 통일신라 초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건축한 대사찰이었다.

문무왕은 삼국통일을 완수한 후 동해안에 자주 침략해오는 왜구를 막기 위해 경주로 들어가는 길목인 이곳에 감은사를 세우기 시작했고 신문왕 2년에 완성하였다.

내가 죽으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하여 동해에 장사지내 달라

이러한 문무왕의 뜻을 받들고자 대왕암으로 불리는 지금의 문무대왕릉에 장사지내고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를 담아 절의 이름을 감은사로 정했다.

©금당 밑 배수시설

감은사는 금당, 강당, 중문이 한 줄로 배치되어 있는 가람 구조이다. 금당 앞에 쌍탑이 있고 건물들을 회랑으로 두른 통일 신라의 전형적인 가람 배치를 보여주고 있다. 금당 밑에 배수시설을 둔 이유는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문무왕을 모시는 사찰로 만들어졌지만 다른 기록이나 역사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더 이상의 이야기를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감은사지 3층석탑

국보 제 112호

©감은사지 3층석탑

감은사지에 단연 백미로 꼽히는 건축물은 현재 남아있는 동서로 마주한 거대한 석탑이다. 신라는 통일 이후 쌍탑 형식을 처음 감은사에 적용하는데 이후 많은 신라석탑에 양식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 탑이 또 하나 유명한 이유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집필한 유홍준선생이 첫 책 1권에서 표지로 사용한 그림이 바로 감은사지 3층석탑이었다.

두 탑은 조립한 방식이나 사용된 석재의 수는 같지만 동탑은 서탑에 비해 부재들이 조금씩 크다. 두 탑 모두 3층만 하나의 돌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여러개의 돌을 짜 맞춘 형태이다.

돌과 돌을 고정하기 위해 쇠로 만든 '은장(건설 재목을 서로 이을 때 이음매 사이에 끼워 넣는 나비 모양의 나무쪽)'을 곳곳에 사용하였다. 탑 꼭대기에는 머리 장식을 받치던 네모난 받침돌과 함께 장식의 중심을 뚫어 세운 쇠기둥인 촬주가 남아 있다.

1959년 1996년에 서탑과 동탑을 각각 해체, 수리하였는데 두 탑 모두 3층 몸돌 윗부분에서 '사리장엄구(사리를 불탑에 안치할 때 사용하는 용기)'가 발견되었다. 외함과 내함으로 이루어진 사리장치는 신라의 정교한 금속 공예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서탑 동탑 사리장엄구는 각각 보물 제366호, 1359호로 지정되었다.